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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와 마녀

박경리 작가 초기 연애소설

단순한 선악 대립 구도나 권선징악적 해석을 뛰어넘은 선과 악에 부단히 흔들리는 ‘약한 인간’들의 이야기

“아무리 선한 사람일지라도 그의 깊은 내면에는 욕망에 대한 유혹이 있고 인간적인 약점이 숨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악한 사람에게도 그의 깊은 영혼 속에 진실이 잠들어 있고 참된 것으로 승화하려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신(神)이 될 수 없고 악마(惡魔)도 될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청초하고 순결한 문하란(文霞蘭)의 마음에 던져진 어두운 그림자를, 마성(魔性)을 지닌 요정과 같은 오형숙(吳馨淑)의 부란(腐爛)한 애욕 속에서 사랑의 순교자가 되는 최후를 그려보고자 한다. 나는 구태여 여성을 그리려 고집하지 않는다. 나의 의욕은 인간을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박경리 작가의 말 《여원》, 1960. 4, 6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