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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는 선남선녀뿐인데… 연애는 왜 안 할까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 수감될 인원은 부지기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20~44세의 미혼 남녀 2464명 중 남성의 경우 74.2%, 여성의 경우 68.2%가 "이성교제 상대 없음"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왜 연애하지 않는 걸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20~40대 남녀 3021명에게 물었다.

1. 키스해도 사귀자는 말 없으면 썸

"우리 '삼귀다'할래?"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했다면 당신은 요즘 말로 인싸(주류)다. '삼귀다'란 연애의 동사적 표현인 '사귀다'의 사를 숫자 4로 해석해 그전 단계를 표현하는 신조어. 과거엔 '사랑과 우정 사이'였다면, 지금은 '만난다→삼귀다→사귀다' 혹은 '심(관심이 가는 사람)→썸(사귀진 않지만 준연애 단계)→연애'로 과정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연애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 중 "썸은 타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6.46%, "심남·심녀는 있다"고 답한 사람은 9.75%였다.

이들이 생각하는 썸과 연애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귀자는 고백을 했느냐"가 30.45%로 1위였다. 포옹·키스 등 스킨십을 하는 사이와 영화 보기·맛집 가기 등 데이트하는 사이까지가 연인이라고 한 응답자가 30.12%로 공동 2위였고,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연락(8.07%)하는 사이가 뒤를 이었다. 데이트하고 스킨십을 해도 사귀자는 말이 없으면 '연애'라고 하지 않는 사람도 꽤 많은 것이다. "만나서 밥 먹다 보니 어느 순간 부부가 돼 있더라"는 벌써 '그때를 아십니까'의 고백이 됐다. 남편도 "남의 편"이라는 시대에, 가수 소유와 정기고는 2014년 듀엣곡 '썸'을 통해 이 관계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유사 연애 단계'가 많아지다 보니 연애 관련 사업들이 증가한다. 유혹하는 법을 알려주는 '픽업아티스트'뿐 아니라 연애 상담 학원과 블로그, 여기에 유튜버까지 가세했다. 대표적인 연애 유튜버 김달의 구독자 수는 44만9000명, 블로거 '무한의 노멀로그' 누적 방문자 수는 약 9706만명이다. 애매한 관계 속에 신(新)사업만 증가한다.

2. 준재벌 싱글의 삶 포기하기 싫어

"지금 연봉으로 골프 치고 와인 마시고 해외여행 다니는 준(準)재벌의 삶이 가능해요. 연애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이성의 폭이 넓고요. 굳이 한 사람과 연애하며 돈과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요. 아직 결혼할 생각도 없고요." (44세 변호사 남)

"가끔 만나는 이성은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있다 보니 연애하면 결혼까지 고려해야 하잖아요. 부담스럽죠. 지금 연봉으론 큰 사치만 안 하면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혼자 살기에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결혼하고 애까지 생긴다? 순간 서민의 삶으로 급하락하는 거죠."(43세 S 대기업 남)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대 남성들의 고백이다. 이들은 "특별히 자손 번식의 욕구가 없는 한 싱글의 삶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연애하는 사람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와도 비슷했다. 이번 조사에서 연애 대상과 결혼까지 생각하지 않는 이유로 금전적 부담이 36.36%로 제일 많았고, 비혼주의자라서도 20.45%에 달했다.

이들은 과거보다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 것도 역설적으로 연애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한다. 20년 전에만 해도 이성과 만나려면 미팅·소개팅 같은 지인 소개나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업소에서만 가능했다. 1999년 동창 모임 사이트인 '아이러브스쿨'과 '다모임', 1997년 유료 사교 모임인 '클럽프렌즈' 탄생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라운지바나 와인바, 네이버 카페와 소모임 앱 등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본지 조사에서도, 즐겨 만나는 모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40.47%였다. 반면 소개팅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 응답자는 72.92%나 됐다.

3. 일찍 온 연애 피로증

"나이가 들면서 호불호가 확실해져 연애하기 힘들어요. 혼자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많아지고. 정말 잘 맞고 편한 사람 아니면 굳이 연애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연애도 여행과 비슷해 처음에는 안 가본 곳으로 떠나지만, 나중에는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하잖아요."

20대 금융권 직장 남성의 말이다. 그는 "유튜브나 스타트업에서는 경쟁이 더 치열하다. 어린 나이에도 성숙을 요구하는 사회다 보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로스쿨에 다니는 20대 여성 이모씨도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연애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같이 학교 다니다 마음에 맞으면 사귀는 거고, 아니면 그냥 마는 거고"라고 답했다. 20대 연애를 방해하는 요소는 '저성장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

첫 연애가 빨라지는 것도 '연애 피로증'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다.

본지 조사에서, 중학교 이전에 첫 연애를 한 경우가 20대는 23.1%로, 40대(11.1%)의 두 배에 달했다. 젊을수록 연애가 빨라진 것. 반면, 연애 총량은 비슷했다. 1~3번은 45.76%, 3~9번은 31.24%, 10번 이상은 8.98%였다. 연애 경험이 없는 '모쏠(모태솔로)'은 14.02%였다.

취미 생활이 다양해진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2010년 인디밴드 '가을방학'은 "취미는 사랑"이라 했지만, 지금 세대는 "사랑보단 취미"라고 말한다. 수상스키 마니아인 30대 여성 장모씨는 "운동하다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그러다 또 헤어지고 운동하고 하다 보면 딱히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즐기는 취미가 있다는 응답자가 63.57%에 달했다.

4. 감정 대리인을 찾습니다

"자기감정을 스스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온갖 걱정을 안겨 주고 동시에 행복을 강요하는 감정 과잉 사회 속에서 정작 자신은 감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감정 대리인을 찾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분석한 내용이다. 그는 "이들의 경우 연애나 여행은 액자형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신 경험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1년 '짝'으로 시작된 연애 프로그램은 '하트시그널' '연애의 맛' 등으로 이어지며 큰 인기다. 본지 조사에서도 연애 프로그램을 본다고 답한 응답자가 40.02%였다.

소셜미디어 발달도 연애 방해 요소다. 인터넷은 '랜선 연애(인터넷을 통한 연애)'라는 말처럼 기회이기도 하지만, 현실과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인스타그램에는 멋진 남자, 예쁜 여자투성이인데 나만 못생긴 것 같아요. 소개팅 나가도 프로필 사진과 다른 사람이 많고요(20대 전문직 남)"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본지 조사에서도 만남이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외모·성격 등이 끌리지 않아서가 70.12%, 상대방이 거절해서(14.57%), 프로필 사진과 실물 차이가 커서(11.36%) 순이었다.

그러니 다들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넌 연애 안 하니?"라고 묻는 오지랖은 삼가시길. 다들 각자의 방식(심·썸)으로 만나고 있거나, 연애 안 해도 취미를 즐기며 잘 놀고 있거나,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는 게 지금 2040의 연애 현실이니까.




오늘가입했어요 잘부탁드립니당
대치동 돌고래

반갑습니다. ^^

성녀와 마녀

박경리 작가 초기 연애소설

단순한 선악 대립 구도나 권선징악적 해석을 뛰어넘은 선과 악에 부단히 흔들리는 ‘약한 인간’들의 이야기

“아무리 선한 사람일지라도 그의 깊은 내면에는 욕망에 대한 유혹이 있고 인간적인 약점이 숨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악한 사람에게도 그의 깊은 영혼 속에 진실이 잠들어 있고 참된 것으로 승화하려는 순간이 있다. 이것은 신(神)이 될 수 없고 악마(惡魔)도 될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청초하고 순결한 문하란(文霞蘭)의 마음에 던져진 어두운 그림자를, 마성(魔性)을 지닌 요정과 같은 오형숙(吳馨淑)의 부란(腐爛)한 애욕 속에서 사랑의 순교자가 되는 최후를 그려보고자 한다. 나는 구태여 여성을 그리려 고집하지 않는다. 나의 의욕은 인간을 그려보고 싶은 것이다.”

박경리 작가의 말 《여원》, 1960. 4, 6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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